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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성기연상광고를 둘러싼 논란

바로 이번 달에 S.C.존슨의 인도네시아에서 아이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하자는 옥외광고가, 의도와는 달리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S.C.존슨이라면 오랫동안 가정용품 부문에서 확고한 지위를 다져왔고, 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한 회사입니다. 당연히 이런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일단 논란의 대상이 된 광고물부터 보시죠. 광고물 아랫부분에 있는 카피부터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Do you know what your kids are watching?
Parental guidance needed in every access to tv & internet keep your kids' eyes away from pornography. (당신의 자녀들이 무얼 보고 있는지 아십니까? 음란물로부터 당신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TV나 인터넷 모두에 부모인 당신의 철저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카피는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광고에 쓰인 이미지가 소동의 진원지가 되었습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곁눈질하듯이 몰래 응시하는 듯한 아이의 눈에서 여성의 성기를 의도적으로 연상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저는 사실 외국의 광고 관련 블로그에서 이 광고물을 보고‘와우’하고 감탄을 했습니다. 그런데 눈이나 다른 신체의 일부분을 통해 여성의 성기를 연상하도록 한 시도는 광고에서 몇 차례 있었던 초식이라고 합니다. 두 개의 광고물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찾았습니다.

포르노 잡지인 <펜트하우스>가 불가리아에서 한 옥외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바로 금지되었다고 합니다만, 그 금지 여부를 놓고도 격한 찬반양론이 불가리아뿐만 아니라 외부의 광고계 일각에서 펼쳐졌었습니다. 또 하나의 광고물은 브라질에서 집행된 콘돔 광고입니다. 눈은 아니지만, 입으로 더욱 노골적인 접근방식을 취했습니다.

불가리아와 브라질의 광고들은 성(性)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포르노 잡지와 콘돔이 광고주이기 때문에 비록 철거하기는 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S.C.존슨은 가정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이미지와 음란물로부터 애들을 보호한다는 목적, 거기에 여성의 노출과 성적인 표현에 극히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라는 배경까지 겹쳐서 더욱 논란이 가열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영화 검열이 특히 성적인 표현에서 마구잡이 칼을 휘두르던 시절, 반검열의 기치를 내걸던 인사가 보수적인 검열위원들을 두고 “조리퐁에서 여성의 그것을 연상하는 엄청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 기사를 보고 실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의 상상력이란 정말 한계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일견 전혀 연관이 안 되는 것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광고가 정말 힘이 있고, 좋은 광고이죠.  

그 면에서 처음 인도네시아의 SC존슨의 광고를 보고 ‘와우’하며 놀랐다고는 했지만, 그 감탄의 반향은 아주 순간적으로만 지속되었을 겁니다. 뒤의 불가리아와 브라질의 비슷하게 접근한 광고물들에서 보듯이 그렇게 독창적인 발상도 아니었고요. SC존슨의 기업브랜드와 인도네시아라는 장소를 생각했을 때, 조금 심했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근데 이걸 두고 사람들이 계속 찬반 입씨름을 하게 되면, 그 광고의 생명은 길어집니다. 불가리아의 펜트하우스 광고가 철거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펜트하우스는 충분히 화제를 불러 일으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여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광고물에 대해서 반대하는데 결과적으로 반대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셈이 되는 것이죠. 어떤 경우에는 무관심으로 침묵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박재항  등록일2010.09.25 17:36
출처 : http://w.hankyung.com/board/view.php?id=_column_153_1&no=360&ch=comm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