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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공공미술 확산과 파급효과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모에 당선됐던 경북 안동시 신세동 동부초등학교 주변 및 성진골 일대는 프로젝트가 끝난 2010년에도 벽화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은 초등학교 주변 마을로 매우 낡고 쇠락한 지역이다. 사업주체인 ‘연어와 첫 비’팀은 소통이란 주제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잘 아우르며 일상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현장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하다보면 크고 작은 민원이 발생하는데 이곳은 유독 민원이 심했다. 사업 시행 전 작가들은 주민을 대상으로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제작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몇몇 주민 외엔 대부분 반대했다. 또 주민 얼굴을 테마로 벽화를 제작하기 위해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모델이 되 줄 것을 부탁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나 작가들이 골목길에 벽화를 제작하고 조형물을 설치하자 큰 변화가 생겼다.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을 보고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집에 그림을 그려줄 것을 요구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거절이라도 하면 오히려 작품제작을 방해하고, 어떤 주민은 작가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집 담장을 깨끗이 정돈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작가들은 주민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할까봐 요청을 모두 받아주면서 지역환경에 저해가 되는 것을 모조리 미술작품으로 바꿔 주었다. 이에 부응해 모델이 되길 거부하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델을 자청했고, 현재 이곳엔 여러 점의 명작이 제작됐다. 

특히 ‘일상’(사진)이란 작품 속의 할머니는 TV만 수차례 나와 마을의 인기스타가 되었고, 이 그림속의 가족들은 골목길을 들어설 때마다 늘 가슴 설레며 마음이 뿌듯하다고 한다.  

공공미술은 의사가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내는 기적을 낳듯, 허름하고 낡아빠진 골목을 살아있는 마을을 재생시키고, 그곳에 생명력을 불러 넣기도 한다. 어느 도시재생 전문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공공미술을 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에 일부 공감이 간다. 공공미술이 들어감으로서 주변은 큰 변화를 가져오고, 주민들에게는 문화충족감과 함께 자긍심이 생기고 마을 품격은 높아지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공공미술이 잘못 들어서면 지역 정서와 미관을 해치고 지역민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며 마을 품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안동의 경우는 전자에 포함된다. 지난 2009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주체인 ‘연어와 첫 비’가 지역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되면서 안동시는 올해 시비를 확보해 공공미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 신세동 25통이 조성됐고 올해엔 26통이 작업되고 있다. 만약 올해도 반응이 좋다면 다음에는 27통, 28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이곳은 전국에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지역이 됐다. 특히 공공미술전문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지가 되고 있고, 지역 명소나 가보고 싶은 곳을 소개하는 각종 언론매체에도 이곳이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다.  

제주도도 공공미술과 벽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어느 지역은 빈 벽이 없을 만큼 벽화로 빼곡히 채워졌고 그것도 모자라서 없는 담장까지 쌓아가며 제작했는데 그 열정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그 열정에 비해 효과가 미약해서 안타깝다.  

‘공공미술은 벽화다’라는 잘못된 생각과 함께 질보다는 양으로 결과를 보여주려는 행위가 오히려 지역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공공미술은 마을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얼굴이고, 미술작품의 생명은 감동이다. 그 감동 속에는 여러 가지가 내포돼 있는데 지역 특성이 잘 반영되고, 미적 조형성과 세련된 테크닉, 그리고 격조가 녹아나야 하는 것이다.  

과거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 이후 마을과 지역, 그리고 도시의 개성이 무너졌다면 이제는 공공미술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개발하여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지역과 마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공공미술의 올바른 이해와 질 높은 작품을 담보로 각 지역에 커다란 확산과 파급효과가 이뤄지길 바란다.

<김해곤 섬아트연구소장.2010마을미술프로젝트 총괄감독>
  
데스크승인 2010.09.15   김현종 |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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