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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청담동 며느리룩' 부산까지 시속 37m!

[알면 더 즐거운 의·식·주·樂] '청담동 며느리룩' 부산까지 시속 37m!

名品 '유행속도' 계산해봤습니다
강남서 뜨기 시작한 브랜드 강북 가는 데 6개월 '시속 1.6m'
부산까진 1년… 점점 빨라져 연예인 빼면 영어강사들 '큰손'

명품 브랜드가 서울 강남에서 강북까지 유행하는 속도는? 시속 약 1.57m다. 다시 말해 명품의 본거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거리 6.5㎞)으로 진출하는 데 6개월이 걸린다. 그렇다면 강남에서 320㎞ 떨어져 있는 부산까지 명품 브랜드가 전파되는 속도는? 시속 36.5m다. 1년 걸린다.

본지가 한섬·제일모직·SK네트웍스·코오롱·LG패션·코너스톤 등 명품 브랜드 기업 마케팅 담당자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인 16명은 "강남 청담동에서 뜨기 시작한 명품 브랜드가 강북지역으로 건너가는 데 보통 6개월이 걸리고, 강남에서 부산·대전·광주 등 지방으로 퍼지는 데에는 1년이 걸린다"고 대답했다. 또 명품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쇼퍼(Trend Shopper·유행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에는 연예인을 빼면 주부와 영어강사, 변호사 또는 디자이너가 많다는 결과도 나왔다.

 ◆ 강남에서 대박나면 6개월 뒤 강북에서 뜬다?

미국 수입 의류 브랜드 '띠어리(Theory)'는 처음 강남 갤러리아, 신세계 강남점, 현대 압구정점에서만 판매를 시작했지만 약 6개월 후엔 강북에도 매장을 내고 판매를 시작했다는 게 해당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이다.

2008년 9월 신라호텔 아케이드 매장에 처음 문을 연 고가(高價)의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자 셈피오네(PIAZZA SEMPIONE)'는 초창기엔 일부 고객만 알던 '명품' 상표였다. 그러다 지난 6월 2일 심은하가 지방선거 투표 때 입고 나온 이래 갤러리아백화점, 강남 신세계 등에서 재고가 없을 정도로 잘 팔린다. 이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이르면 내년 봄쯤 강북 주요 백화점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강남에서 한 번 뜨면 6~7개월 정도 지나 강북에서도 인기를 얻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응답자 중 16명은 강남에서 성공한 상표가 강북으로까지 유행을 전파하는 데는 보통 "평균 6개월"이 걸린다고 답했다. 출발점을 갤러리아백화점, 종착지를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계산하면 이들의 북상(北上) 속도는 대략 시속 1.57m다.

또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 가운데 50%인 10명은 강남에서 유행한 명품 브랜드가 지방으로까지 인기를 넓히는 데는 1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기점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뜬 브랜드가 남동쪽 끝인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유행을 타기 위해 시속 약 36.5m(두 백화점 사이 직선거리는 약 320㎞)로 남하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 브랜드의 주행 속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팀장은 "'토리버치' 같은 브랜드는 처음부터 강남 갤러리아, 롯데 애비뉴엘, 현대백화점 본점과 함께 롯데 부산점에 진출한 경우"라며 "최근 부산 같은 지역이 유행 첨단도시로 변모하면서 유행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훨씬 빨라진 결과"라고 말했다.

◆ 연예인 빼면? 주부·영어강사·변호사·디자이너·동시통역사가 큰 손

대한민국 명품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표준 소비자는? 35~39세 주부와 영어강사, 변호사, 애널리스트 그리고 디자이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만 3억7200만원어치를 팔아치운 '랑방 컬렉션'.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 파리'에서 출발한 이 상표는 요즘 몇달째 명품관 매출액 1위를 달린다.

이 상표 옷과 가방을 가장 많이 사가는 이들은 일반 직장여성(31.8%), 주부(29.7%), 전문직 여성(18.3%) 순이다. 이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직장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영어강사"라며 "요즘 강남에서 돈 가장 잘 버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영어 회화 강사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강사 다음으론 변호사, 애널리스트, 금융회사 직원 등이 줄을 이었다. 전문직 여성 중 가장 많은 직군은 인테리어·의류 디자이너였다. 나이별로는 35~39세(23.14%), 30~24세(22.58%), 40~44세(15.91%) 순이었다. 다른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들 역시 VIP 고객 직군으로 '30~50대 강남 주부(9명)'와 '선생님(5명)'을 꼽았다. '선생님'은 학원강사·과외선생·대학교수를 통칭하는 말이라는 게 이들 담당자의 설명이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입력 : 2010.08.1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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