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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신문을 살리는 디자이너 야체크 우트코

[디지털 시대, 출판 디자인의 새로운 기회] 디자인은 신문을 구할 수 있는가?
신문을 살리는 디자이너 야체크 우트코  


profile
폴란드 출신의 신문 디자이너. 본래 건축가로 시작했으나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보고자 인테리어 디자인, 영화 세트 디자인 등을 경험했으며 최종적으로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폴란드의 경제 전문지 <폴스 비즈네수>의 아트디렉터가 되어 혁신적인 리디자인을 주도한 끝에, 적은 인원과 예산으로 운영하던 작은 신문에 불과했던 <폴스 비즈네수>를 불과 몇 년 만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그가 리디자인한 <폴스 비즈네수>와 <아리파에프>는 세계신문디자인협회 최우수디자인신문상을 수상했다. www.utko.com, jacekutko.wordpress.com
   
 폴란드 출신 디자이너 야체크 우트코(Jacek Utko)는 부진했던 동유럽 국가의 신문 디자인을 리뉴얼해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아왔다. 그는 폴란드의 경제 전문지 <폴스 비즈네수 Puls Biznesu>(Business Pulse), 리투아니아의 <베르슬로 지니오스 Verslo Zinios>(Business News), 에스토니아의 <아리파에프 Aripaev>(Business Day) 등 동유럽 신문 리디자인으로 세계신문디자인협회(Society for News Design)를 비롯한 수많은 어워드에서 수상했으며, 쇠락해가던 신문 구독자를 100% 이상 회복시켰다. 건축을 공부했던 야체크 우트코는 꿈에도 신문 디자이너가 될 거라는 상상을 하지 않았다. 신문사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도 1면을 신문스럽게 디자인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오히려 포스터처럼 디자인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지금 포스터 같은 신문 1면을 디자인하고 있다. 특히 2009년 TED에서 발표한, 신문의 어두운 미래는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블로그・웹은 신문처럼, 신문은 잡지처럼, 잡지는 책처럼, 책은 진귀한 보물처럼”

이는 야체크 우트코가 말하는 출판의 미래에 대한 정리다. 블로그나 트위터, e북처럼 미디어의 판도를 바꾸는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신문, 잡지, 책 등의 종이 중심 매체가 자신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신문은 가장 최근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매체로 여겨졌으나 블로그와 웹 뉴스가 등장하면서 꼭 신문이 아니어도 웹을 통해 뉴스를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언제 어디서나 소식을 바로 알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비록 단편적이나마 즉시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보의 최전선에서 따끈따끈한 소식을 알리던 신문은 그 역할을 상실하며 좀 더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인터뷰나 집중 분석 등 기존 잡지가 제공하던 콘텐츠를 신문이 적지 않게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기본적으로 일간지지만, 이러한 콘텐츠는 각 섹션으로 나뉘어 주간 혹은 격주간으로 소개하니 여지없이 잡지와 비슷한 내용 및 주기를 갖는 셈이다. 한편 잡지의 영역으로 파고드는 신문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잡지는 더욱 깊숙한 정보를 제공하며 점점 더 책의 형태를 띠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디자인적인 면에
서는 고품질 사진과 이미지 등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책의 경우 오히려 콘텐츠는 그대로 유지하되, 책의 물성이 변형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책 자체가 지니는 가치에 더욱 집중하거나, 종이 책의 형태가 완전히 소실되어 디지털 파일 형태로 변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오만과 편견> <보물섬> <죄와 벌> 같은 고전은 양장본으로 서재에 꽂아두지만, 가령 학교 교재나 참고서 혹은 보고서는 끝까지 읽는 경우조차 드물기 때문에 e북 형태로 흡수되는 현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야체크 우트코는 특히 자신이 종사하는 매체인 신문에 대해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을 전달해주는 매체가 아니라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체(less news, more knowledge)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신문 리디자인의 5가지 포인트

다양한 신문을 성공적으로 리뉴얼한 그는 리디자인은 외형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상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리디자인과 관련해 그가 제시하는 5가지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하지 말아라.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적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라. 왜 이 일을 하는가?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가? 바로 디자이너가 이런 질문은 해야 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다방면으로 관여해야 한다. 전략이든 콘텐츠의 변화든 모두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작업은 실패하게 된다.
2. 판매 부수를 늘리지 못하는 굿 디자인을 수없이 보아왔다. 어떤 경우는 오히려 신문을 거의 죽이기도 한다. 왜 그랬을까? 그런 굿 디자인이 결국 적절한 고객에게 겨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3. 시작부터 전체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이다. 전략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작은 타이포그래피 디테일을 거론하는 것까지 말이다. 디자이너들에게 힘을 실어줘라! 다만 양심적인 디자이너들에게 말이다.
4. 이러한 총체적이고도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리디자인 프로세스는 잘만 이뤄진다면 회사 전체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리디자인 이후 우리 신문사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내부 브랜딩이라고 한다.
5. 유의 주시해라. 디자인은 상품을 바꾸는 힘만 지닌 게 아니라 전체 작업의 흐름을 모조리 바꿀 수 있다. 더욱이 당신 자신까지도 바꿀 수 있다.

폴란드의 경제 전문지 <폴스 비즈네수>. 세계신문디자인협회 최우수디자인신문상 수상작.

사람을 향한 디자인이 신문을 구한다

야체크 우트코의 리디자인 전략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향한다. 무조건적인 굿 디자인이 아니라 타깃을 잘 분석하고 이해해 그들의 취향과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 그는 그래픽 디자인을 통한 신문의 정보 전달 방식의 변화에 주목했으며, 일관된 방향을 독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에 그 답이 있다고 말한다. 디자인은 신문 개편에서 하나의 도구였던 것이지, 신문 구독자 증가의 핵심 요소는 신문을 통해 야체크 우트코의 일관된 관점을 구독자에게 전달한 점이다. 그는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그 정보를 편집해 신문을 일관된 방향으로 디자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디자인이 신문을 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사고 방식’이 신문을 구한 것이다. 이렇게 신문에 자신의 관점을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도구로 녹여내며 신문사와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은 야체크 우트코는 구독자 증가라는 결과를 일궈낸다. 그는 신문이 다른 매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인쇄 매체만의 장점이 필요하다며, 그 예로 멀티 스토리 구성 방식을 들었다. 이는 하나의 기사에 여러 하위 기사를 엮어 한 지면에 복수의 박스 기사를 배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독자는 소제목만 빠르게 훑어볼 수도 있고, 각각의 자세한 분석 기사를 읽을 수도 있다. 이런 구성은 기사 공간이 한정된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편집 디자인이다. 온갖 첨단 기술이 밀려 들어오는 요즘 같은 때에는 잘못하면 대세에 밀려 덩달아 떠내려갈 수 있다. 이러한 과도기는 한두 번의 여과를 통해 주변이 정리되는데, 필연적으로 남게 되는 것은 얼마나 인간 지향적인 발상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잘 맞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디지털 기기이든 종이이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쪽을 택하게끔 되어 있다. 그렇게 헤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자가 되는 셈이다.   기자/에디터 : 박경식 


에스토니아의 경제 전문지 <아리파에프>. 세계신문디자인협회 최우수디자인신문상 수상작.

야체크 우트코가 제시하는 성공적인 신문디자인을 위한 7가지 단계
1.전략(Strategy)목표가 무엇인가?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새로운 독자를 찾을 수 있으며 판매 부수를 늘릴 수있는가?
2.콘텐츠(Contents) 신문의 어느섹션이 새로운 독자와 광고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
3.디자인(Design)디자인이 전략, 콘텐츠와 일치하는가? 어떻게 하면 독자의 체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가?
4.테스트(Testing)여론조사 시(특히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독자들은 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자들의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킬것인가?
5.작업흐름(Workflow)조직력과 기획력강화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더 나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나?
6.브랜딩(Branding)다양한 매체에 어떻게 우리 상품을 알릴 수 있을까? 내부 브랜딩(inner branding)이 어떻게 이에 기여할 수 있을까?
7.실행(Execution)직원 트레이닝, 새로운 디자인의 적용 및 작업 프로세스를 실행하면서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1,2,3,4 리투아니아의 경제 전문지 <베르슬로지니오스>
 
디지털 시대, 출판 디자인의 새로운 기회

급변하는 시대에도 오로지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길이다. 예전에는 신문이 가장 발 빠른 소식의 근원지였으나 지금은 블로그나 기타 정보 사이트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신문은 다방면의 의견과 생각을 담는 매체로 변모하는 가운데 잡지 등의 정기 간행물은 좀 더 깊이 있는 사실과 정보 전달에 치중하고 있다. 단행본은 정보에 대한 완결편으로 소장하는 매체 혹은 책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오브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1990년대부터 인쇄의 종말을 고했던 (그러나 여태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가 최근 ‘e 리더’라는 위협적인 무기를 들고 나왔다. 애플의 아이패드, 아마존의 킨들 등은 점점 커져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처럼 출판업계에 불어닥친 구조 조정의 순간, 디자인은 과연 어떻게 창과 방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목차
1 출판 산업의 춘추전국시대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 디자인은 신문을 구할 수 있는가? 신문을 살리는 디자이너 야체크 우트코
3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지금 전 세계 신문들은 디자인 혁명 중
4 출판계의 날쌘돌이들 O/R 북스 & 트웰브
5 고전을 고전답게 디자인하기 전통 인쇄 방식을 재조명하는 화이트북스
6 자의식 강한 디자인으로 글귀를 살린다 문예지 전문 출판사 맥스위니스
7 작지만 오랫동안 지속하는 출판 모델 소규모 출판 운동 벌이는 니브스
8 책으로 재현한 아티스트의 작품 오브제로서의 잡지 <베르크>
9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앞선 잡지들 <와이어드> <모노클> <+81>
10 블로그에서 책으로 역류하는 콘텐츠
11 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책이라 불리는 도구들 종이책, 아이패드, 킨들, 아이폰으로 환승하며 읽기  
[출처] 월간디자인 (2010년 8월호) pp.8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