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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삼성·애플 소송, 디자인 보호 좁게 적용돼야

[美 특허 소송 전담 항소법원장 랜달 레이더 인터뷰]
비슷한 기술·디자인이 이전에 존재했는지가 중요
과도한 특허 보호가 제품 가격 올린다고? 난 절대 동의할 수 없어
 
미국의 특허 소송 전담 법원인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의 랜달 레이더(Rader·사진) 법원장은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기업 간 특허 분쟁과 관련해 우리 법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선행 기술(Prior Art)"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어떤 기술이나 디자인에 대해서 특허인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일 때 법원 입장에서는 이전에도 그와 비슷한 기술·디자인이 존재했는지를 가장 많이 따져본다는 의미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미국의 항소법원(2심 법원) 13곳 중 유일하게 특허 소송만을 전담하는 법원이다. 현재 미국에서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도 올해 말 1심 판결 이후 패소하는 쪽이 항소할 전망이고, 그 항소심을 바로 이 법원이 담당하게 된다.

미국 특허 전담 항소법원장의 견해를 볼 때 앞으로 애플·삼성 간 소송에서 선행 기술 문제가 중요 이슈로 부각될지 주목된다. 지난 8월 민간인 배심원의 평결 과정에서는 애플 제품 이전에도 비슷한 디자인·기능의 제품이 존재했었다는 삼성 측 주장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바 있다.

레이더 법원장은 21일 한국국제지적재산보호협회(회장 김성기) 주관으로 열린 국제지적재산보호협회(AIPPI) 정기 세계 총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AIPPI는 100여개국 특허 전담 변호사와 변리사 등 9000명 회원을 둔 세계 최대의 지적재산권 관련 단체다.

레이더 법원장은 이날 애플·삼성 소송과 관련, 디자인 이슈에 대해서는 "디자인 특허로 보호되는 것은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장식적 혹은 심미적 요소들"이라며 "디자인 보호는 좁게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능적으로 그렇게밖에 디자인될 수밖에 없는 것들, 가령 자동차 바퀴 같은 것들은 굴러가려면 동그랗게 만들 수밖에 없는데, 어떤 회사가 자동차 바퀴를 동그랗게 만들었다고 해서 이걸 디자인 특허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프랜드' 조항 해석에 대해선 중립적 입장을 나타냈다. 프랜드(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란 특정 업체가 개발했다 하더라도 적정 대가만 받으면 누구에게나 공개해야 하는 기술을 뜻한다. 그동안 삼성은 자사의 통신 특허를 애플이 무단 침해했다고 주장해왔고, 애플은 이에 맞서 삼성의 통신 특허는 '프랜드' 조항이므로 특허 침해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레이더 법원장은 "프랜드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프랜드 조항의 특허 사용이 무단 특허 침해인지 아니면 상호 계약하에 사용하는 것인지 여부보다는) 시장 가치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더 법원장은 일각에서 특허와 관련해 제기해온 '과보호 유해론'이나 '소비자 선택 제약론'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들 과도한 특허 보호가 제품 가격을 올린다고 주장해요. 하지만 특허제도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기술 진보나 혁신 제품은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지역별로 관할 구역을 둔 다른 12곳의 항소법원과 달리 미국 전역의 특허 관련 항소심을 모두 담당하는 법원. 미국 대법원은 상고를 받아주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미국 내 특허 소송의 사실상 최종심을 담당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탁상훈 기자 if@chosun.com 

기사입력 : 2012.10.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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