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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정경원의 디자인노트] [4] 바구니 회사 사옥이 바구니 모양? '유치하다' 혹평에도 관광객 몰려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회사 사옥을 건립할 때, 주력 업종이나 제품을 닮게 하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볼 만한 생각이지만 큰 모험이 따르는 일이다. 자칫 논란이나 조롱거리가 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 오하이오주 뉴와크의 롱가버거 사옥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말더듬증과 간질병을 극복한 데이브 롱가버거가 1972년에 가업(家業)을 이어받아 설립한 이 수제(手製) 바구니 회사는 하루 4만개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인디언의 전통방식대로 엮어 만드는 롱가버거 바구니는 실용적인 디자인에 최고의 품질로 유명한데, 단풍나무 소재는 실내의 유해물질을 흡입하고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발산한다고 알려져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특히 제조 기술자의 서명이 새겨진 수집가용 바구니는 경매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어, 1983년에 32.95달러에 출시된 제품이 1600달러에 팔리기도 한다.

  ‘롱가버거 사옥’… 보통 바구니를 160배 확대한 세계에서 가장 큰 바구니. NBBJ, 높이 60m, 최대 길이 63m, 1997년.

1990년대 중반, 신사옥의 필요성이 커지자 롱가버거 사장은 많은 사무실과 공장을 함께 담을 수 있는 '큰 바구니' 같은 사옥을 짓고 싶어했다. 그러나 회사의 임직원들과 건축 전문가들은 사장의 천진난만한 꿈(?)이 자칫 비웃음거리가 될 것을 우려하여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건축회사 NBBJ와 협력하여 1997년 12월 높이 60m, 최대 길이 63m로 세상에서 가장 큰 바구니 건물이 완공되었다.

3000만달러를 투자하여 7층 규모의 새 사옥이 세워지자 최고의 찬사와 비난이 엇갈렸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건물'이라는 혹평이 있는가 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근래 미국 산업계에 가장 신선한 충격을 준 천재적인 건축 디자인"이라고 극찬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자 특이한 건물을 직접 보고 바구니도 사려는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소문 마케팅 덕분에 롱가버거의 연 매출은 10억달러를 넘었고, 주변 지역은 맞춤쇼핑 및 관광코스·골프장 등을 개발하여 일약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기사입력 : 2012.04.02 23:09 | 수정 : 2012.04.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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