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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 훌륭한 디자인은 돈으로만 되는 게 아니야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엑스포는 참가국들이 과학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겨루는 장이다. 각국의 전시관을 보면 자존심을 건 디자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의 영국관은 '씨앗의 대성전(Seed Cathedral)'이라는 이름대로 세계 최다 씨앗 보유국이자 녹색 강국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했다.

면적 6000㎡, 높이 20m 구조체의 표면에는 7.5m 길이의 투명 아크릴 막대가 6만개나 꽂혀 있어 바람이 불면 외관이 물결 치듯 움직인다. 외장재인 투명 막대는 전시관 내부로 이어져서 태양광을 끌어들이는 창, 밤에는 전시관 전체를 밝히는 조명, 씨앗 6만종을 보여주는 전시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씨앗의 대성전' -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높이 20m, 헤더윅 스튜디오. /블룸버그

독창적인 외관과 널찍한 외부 공간으로 호평을 받은 이 전시관은 영국 정부가 추구하는 친(親)환경 건축 의지의 성과이다. 외무부가 디자인 공모에서 내건 조건은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 5위권 진입'과 '행사 후 건자재 재활용'뿐이었다. 공모에서 당선된 헤더윅 스튜디오의 디자인 전략은 친환경 그린 콘셉트의 일관된 표현, 열린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관람객을 위한 배려, 다른 나라 전시관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외관의 세 가지였다.

세계박람회기구(BIE)의 금메달을 받은 영국관 조성 비용은 2500만파운드(당시 약 400억원)로 한국관의 383억원을 조금 웃돌아 반드시 돈을 많이 써야 훌륭한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시사해준다. 오는 5월 12일 개막하는 '2012 여수 엑스포'에서는 어떻게 창의적으로 디자인된 전시관들이 선보일지 기대된다.

기사입력 : 2012.03.12 23:36 | 수정 : 2012.03.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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