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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4인4색 패션 토크] 센스 있는 당신, 패셔니스타 어렵지 않아요~

[4인4색 패션 토크] 센스 있는 당신, 패셔니스타 어렵지 않아요~ 
이종철 디자이너의 숍 '두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노윤선 교수와 이종철·어영진 디자이너(왼쪽부터).

하나의 옷으로 여러 가지 느낌을 연출하는 감각, 옷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매대에서 보석 같은 옷을 발견하는 기술…. 옷을 사랑하는 '패션 피플'의 이런 능력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멋스러운 패션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면 항상 들었던 의문이다. 그들의 수다를 엿듣게 되면 혹시 그 답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젊은 '패션 피플' 4인방의 톡톡 튀는 패션 이야기를 담은 칼럼 '4인 4색 패션 토크'를 앞으로 6개월 동안 격주로 연재한다. 패션 디자이너 이종철, 어영진 씨와 동서대 디자인학부 노윤선 교수, 신발 디자이너 임재연 씨가 그 주인공들. 첫 칼럼이 연재되기 전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임 씨는 참석하지 못해 추후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내린 결론. '패션(fashion)은 패션(passion)이다.'

-'패션 아이콘'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얼마 전 내한 공연을 펼친 가수 레이디 가가를 빼놓을 순 없겠죠.

△이종철(이하 이)=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키워 준다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모델이죠.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옷을 만들다 보면 상상력이 한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편안하고 실용적인 옷 위주로 만들게 되니까요. 그녀의 옷을 만든다면 어떤 옷이든 시도를 해 볼 수 있겠죠.

△노윤선(이하 노)=레이디 가가는 패션뿐 아니라 음악성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진정한 패셔니스타라고 생각해요. 패션은 사람이 가진 여러가지 콘텐츠 중 일부라고 봐요. 보여주기만을 위한 패션은 아무리 명품으로 온 몸을 감았다고 해도 감동이 없어요.

△어영진(이하 어)=저는 좀 다른 생각이에요. 레이디 가가의 창조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요. 대표적인 것이 생고기 드레스인데요. 기아로 허덕이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옷을 만든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생고기 드레스를 모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없지만요.

△임재연(이하 임)=상식을 깬 도전을 하는 패션 자유주의자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저의 취향과 비슷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감각을 존중해요.

-국내외 유명인 중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꼽는다면요?

△이=배우 장미희 씨가 먼저 떠오르네요. 자신을 아름답게 만드는 옷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또 옷도 많으세요. 그만큼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죠.

△어=얼마 전 지드래곤이 털 코트를 입은 모습을 봤는데, 아주 멋지더라고요. 다른 아이돌 스타처럼 스타일리스트가 입혀 주는 옷이 아니라 본인의 감각으로 스타일링 하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매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변신을 할까 기대가 돼요.

△노=제일 좋아하는 패셔니스타는 US 보그판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에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에 등장하는 깐깐한 패션 편집장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죠. 영화처럼 철저한 자기 관리가 그의 패션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요.

△임=모델 알렉사 청은 어떤 스타일도 자신의 것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보헤미안 스타일의 롱스커트에 깔끔한 정장 재킷을 걸치는 식의 의상이 대표적이죠.

-패셔니스타는 힘들어도 '패션 테러리스트'는 피하고 싶은데요, 꼭 조언해 주고 싶은 옷차림이 있나요?

△노=남성의 큐빅이 박힌 넥타이와 여성의 어깨선이 맞지 않는 재킷이오.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고 싶으면 깔끔한 단색의 넥타이로도 충분해요. 또 여성들이 재킷을 고를 때 단추가 채워지면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재킷은 품보다 어깨선이 전체적인 실루엣을 결정하는 데 중요해요. 날씬해 보이려고 품에 꼭 맞는 옷을 고르면 옷이 작아 보이죠.

△이=남성들이 정장 바지를 배까지 올려 입거나 편안하다는 이유로 너무 큰 사이즈의 옷을 선택하는 것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어=날씨가 더워지니까 얇은 소재의 옷을 많이 입는데요, 속옷을 무신경하게 노출하는 의상은 별로더라고요. 예를 들어 얇은 저지 소재의 바지를 입었는데 팬티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일부러 속옷을 노출하겠다는 의도로 입어서 개성을 표현하는 것과 다른 경우죠.

△노=그럴 때는 봉제선이 없는 누드 톤의 팬티를 입는 게 도움이 되죠.

△이=티 팬티도 괜찮아요. 외국에서는 많이 입으시는데, 한국은 아직 꺼리는 분위기더라고요.

△임=저는 딱히 거슬리는 예가 떠오르진 않네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선 오늘 입고 오신 의상부터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이=오늘은 튀지 않고 '묻어가는' 콘셉트입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잖아요. 옷을 화려하게 입는 디자이너도 있지만, 저는 저의 옷을 입는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하고 싶어요. 빈티지 팔찌 같은 액세서리를 좋아해서 잘 착용하고요. 너무 밋밋하면 재미없으니까 빨간색 운동화로 포인트를 줬어요.

△노=저는 보시는 것처럼 코트의 '구멍'을 좀 강조했어요. 저도 이 선생님처럼 전체 의상 중 코트라는 한 아이템만 강조했죠. 트위드 소재에 구멍 난 코트가 특이해서 즐겨 입어요. 안에는 하얀색 블라우스와 바지를 입어서 구멍을 강조했고요. 코트에 좀이 생겨도 버리지 말고 구멍을 내서 표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저는 평소에 옥스퍼드화를 너무 좋아해요. 집에 18켤레나 있을 정도예요. 옷을 만드는 사람이긴 하지만, 신발도 아주 좋아해서 옥스퍼드화에 맞는 옷차림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청바지나 레깅스를 즐겨 입어요. 예전에 일반 직장을 잠깐 다녔는데, 그때는 옷차림에 굉장히 신경 썼어요. 치마에는 구두, 청바지에는 단화 이런 식의 틀을 지키려고 했어요. 그런데 옷 만드는 사람이 되고 나서는 오히려 그 틀이 없어졌어요.

△노=디자이너가 자신의 옷차림을 통해 색깔을 표현하는 이도 많죠.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 등이 대표적이죠. 항상 소박한 의상을 입고 패션쇼에 등장하는 아르마니처럼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도 콘셉트가 되고요. 옷에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입은 사람의 가치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죠.

-'패션 피플'이라 평소 옷 입는 방식도 남다를 것 같아요. 옷을 어디서 주로 사는지도 궁금해요.

△노=티셔츠나 바지는 알뜰하게 구입하고, 코트나 재킷은 좋은 품질의 옷을 구입하는 편입니다. 소재나 색, 무늬 중 개성이 있는 걸 좋아해요. 색이나 무늬가 무난하면 소재가 특이한 옷을 고르는 식이죠. 국내외 벼룩시장에서 '득템'할 때가 많아요.

△이=만들다가 남는 천으로 직접 만들어서 입어요. 평소에는 무난하게 입는 편이지만, 제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에서는 과감한 시도도 합니다.

△어=제가 만든 옷을 포함해서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많이 입게 돼요. 독특하고 품질도 좋은 편이에요. 디자이너 친구들의 재고 처리를 도와주는 의미도 있죠.

△임=저는 빈티지 아이템을 주로 활용해요. 특히 넓은 빈티지 벨트를 즐겨해요. 밋밋한 옷차림도 벨트 하나로 변신 시킬 수 있으니까요.

-아끼는 패션 소품이 있다면요?

△이=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쓰셨던 모자를 즐겨 써요. 처음에는 그분을 기리기 위해 일부러 썼는데, 이제는 내 것처럼 편해요.

△어=예전에 백화점 쇼윈도에서 봤던 빨간 구두가 있었는데, 당시 살 형편이 못 되어서 구경만 하고 집에 왔어요. 너무나 아쉬워 가족들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더니 며칠 뒤 여동생의 남편이 사 왔더라고요. 제가 너무 불쌍하고 간절해 보였다나요. 지금은 가장 아끼는 신발이 됐죠.

△노=해외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빈티지 아이템들이오. 특이한 디자인과 세월의 흔적은 새것이 가지지 못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임=저도 빈티지 아이템을 좋아해요. 가방과 벨트는 항상 활용하는 소품이에요.

-패션 감각을 높이려면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어=패션 잡지나 패션 전문 방송 프로그램을 꼭 챙겨 보죠. 옷을 직접 판매하는 것도 큰 공부예요. 사람마다 옷을 입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는 걸 알게 돼요. 일반인들은 옷을 많이 입어보는 것이 좋겠죠.

△임=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패션 잡지와 옷을 많이 보고, 무엇보다 옷 입는 것을 즐거워해요.

△이=노천카페에 앉아서 사람 구경을 하다 보면 영감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품과 소재를 멋스럽게 코디한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들죠. 옷 잘 입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도 옷을 잘 입는 좋은 방법이고요.

△노=미술 작품이나 영화 등 시작적인 창작물은 패션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요. 패션 전공 학생들에게는 벽을 봐도 패션과 연결하라고 조언을 해요. 진행·정리=송지연 기자 sjy@busan.com

사진=김경현 기자 view@

| 24면 | 입력시간: 2012-05-11 [10:11:00] | 수정시간: 2012-05-11 [19: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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