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행사

우리 옛미술과 디자인 어우러진 이런 멋진 전시 보셨어요?

‘더 뺄 것 없는 최고의 단순함’을 보여주는 ‘디자인의 덕목’전(2월29일 개막)을 기획한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옥갤러리인 학고재 본관에서 지난 24일 만난 우 대표는 "이제 현대미술은 디자인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될 것같아 디자인전을 꾸며봤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미술과 근대미술, 특히 서화 부문 전시와 함께 국내외 현대미술 전시를 꾸려온 학고재가 ‘웬 일로 디자인 전시까지?’하고 의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생활 속에서 통일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면 디자인과 함께 가지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절감하게 됐다. 그림이며 조각만 멋드러지면 뭐 하나? 그와 어울리는 디자인 아이템들이 한 공간에서 통일된 미감을 줘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되더라. 생활 속에서 정제된 미감을 만끽하게 하는 디자인 아이템들에 나도 모르게 자꾸 빠져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디자인 전시를 종종 열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새로 짓고 있는 학고재의 새 화랑에도 디자인 전시를 펼칠 공간을 따로 꾸밀 참이다. 그만큼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선 ‘디자인과 미술’이 수레의 두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 단 기존의 디자인 전시와는 궤를 달리하는, 특화된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학고재스러운 디자인전’을 기획하겠다는 얘기다.


우 대표는 "여러 미술관과 화랑들에서 디자인 전시가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현상이다. 단 기존의 갤러리들이 현대 디자인에 집중했다면 학고재는 우리의 전통미술(서화 등등), 전통가구, 민속품과 현대를 만나게 할 예정이다. 절제된 것끼리는 서로 더없이 잘 어울린다고 믿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우찬규 대표의 이같은 지론과 취향을 잘 보여주는 첫 작품(?)이다. 평소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 회화와 조각을 무척 좋아하는 그의 성향이 이번 전시에도 여지없이 드러나 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디자인 아이템들을 골라왔나?’ 싶을 정도로 그가 고른 디자인 아이템은 더없이 미니멀하다. 

게다가 여기에 어우러진 이우환 정상화 등 한국 현대미술가의 작품도 절제미를 한껏 보여준다. 외국 현대미술(예를 들면 천원지(중국)와 프랑수와 포멜레)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의 풋풋한 민화(책가도)라든가 튼실한 강화 반닫이, 똑 떨어지는 도자기 연적, 그리고 추사 김정희의 어눌한 듯한 현판(탁본) 글씨가 곁들여져 옛 것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또다른 하모니를 선사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망 디자이너 마르탱 세클리의 선홍색 붉은 테이블(아이폰4의 마무리를 연상케 하는 이 낮은 원탁은 4000만원대다) 앞에, 정상화 작가의 노란 추상화를 내걸고 스스로 감탄사를 터뜨리던 우찬규 대표는 "우리 옛 미술(또 현대미술)이 서양 디자인과 어우러진, 이렇게 멋진 전시 보신적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관람객에 앞서 그 자신이 먼저 만족감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열린다. 02)720-1524

<글, 사진=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m.com 2012-02-28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