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행사

첨단기술과 디자인의 만남‥요리스 라만展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32)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13일부터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03년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수석 졸업한 라만은 2004년 작업실을 열고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독창적인 가구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그의 의자 작품이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는 등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며 실력 있는 디자이너로 부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업세계를 볼 수 있는 디자인 가구 23점을 선보인다.

대표작인 '본 체어(Bone chair)'는 이름 그대로 뼈의 성장 과정에서 착안한 첨단 기술을 접목시켜 만들어냈다.

뼈의 성장 과정에서 인체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부분은 계속 성장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퇴화한다는 독일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작된 자동차 부품 생산용 소프트웨어를 의자 디자인에 도입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의자의 부위별 치수와 사람의 몸무게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무게감과 안정성을 갖춘 이상적인 의자 디자인을 3차원 입체 이미지로 보여준다.

13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만약 자연에서 저절로 의자가 만들어진다면 아마도 저런 모양이 될 것"이라며 "한마디로 진화한 의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밑에서 보면 나무를 연상시키는 '포레스트 테이블(Forest table)'도 이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디자인했다.

지난해 제작된 '잎 테이블(Leaf table)'은 작가가 세포분열 원리에서 착안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디자인한 작품이다.

이처럼 디자인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는 까닭에 라만은 자신의 작업실을 '연구실'이라 부르고 엔지니어들과 협업을 한다.

그러나 디자인의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작품을 제작할 때에도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낸다.

그는 "과학자, 엔지니어와 작업을 많이 하는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과학자, 엔니지어와는) 다른 언어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방법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라만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신소재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 최근에는 이탈리아산 대리석과 레진을 합성해 단단한 소재를 만드는 등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뼈나 나뭇잎 등 주로 자연, 유기체와 연관된 디자인을 선보여온 그는 정작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형태들에 매혹되긴 하지만 자연이라는 소재를 고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일률적으로 찍어낸 모양이지만 앞으로 5-10년 이후엔 새로운 기술 덕분에 더 다양한 형태와 언어를 가진 디자인들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전시는 내년 1월20일까지. ☎02-735-8449.

mong0716@yna.co.kr

| 기사입력 2011-12-13 16:46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