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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용산 빌딩 디자인에 발끈한 뉴욕

美언론 “용산 빌딩 디자인, 9·11테러 장면 본떠… 희생자 모욕”

[사진]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 ‘더 클라우드’의 디자인(왼쪽)과 2001년 테러 공격을 받은 직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오른쪽)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동아일보DB·연합뉴스

2016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의 디자인이 9·11테러로 붕괴되기 직전 연기와 화염을 뿜어내던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와 흡사하다는 논란이 미국에서 일고 있다. 특히 설계자가 WTC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짠 동일 인물이며 설계회사 대변인이 “(디자인하면서) 9·11테러를 염두에 뒀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10일 뉴욕포스트와 뉴욕데일리뉴스 등에 따르면 9·11테러 희생자 유족들과 미 블로거들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 2개 동의 디자인이 9·11 희생자를 무시한 처사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네덜란드 설계회사 MVDRV가 최근 디자인을 공개한 이 건물은 각각 60층과 54층으로 두 빌딩의 중간 부분인 10개 층이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구름 모양의 연결 부분. 마치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에 부딪친 직후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인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것. 미국 전자제품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가 8일 ‘설계사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문제를 제기한 뒤 MVDRV 페이스북에는 ‘설계사는 알카에다의 추종자들이냐’는 비난 글이 쇄도했다. MVDRV는 “협박 메일과 항의 전화까지 받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MVDRV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9·11테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설계 과정에서 둘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 9·11테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마음이 상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설계를 변경할 뜻이 없음을 확실히 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 회사 대변인이 네덜란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계자가 9·11테러 당시 WTC 건물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밝힌 사실이 뉴욕데일리를 통해 알려지면서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전체를 설계한 다니엘 리베스킨트 씨는 폴란드 태생 유대계 미국인이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축디자이너다. 한국과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본사와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의 설계 디자인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총괄기획자이면서 이곳의 업무빌딩과 주상복합빌딩 디자인을 맡았다.

9·11테러 희생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11로 소방관 아들을 잃은 전 뉴욕소방서 부서장 짐 리치스 씨는 뉴욕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다. 테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는, 선을 넘은 처사”라며 “선정적인 디자인으로 값싸게 유명해지려는 방법”이라고 흥분했다. 미 보수성향 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리베스킨트의 맨해튼 마스터플랜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

문제가 된 주상복합아파트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입구에 들어서는 랜드마크 건물로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내년 3월 말까지 기본설계를 확정하고 내년 말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구름 모양의 공간에는 스카이라운지 수영장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의 한 관계자는 “건물이 유명세를 타다 보니 경쟁업체들을 통해 이러한 억측과 음해가 나온 거 같다”며 “구름 모양 통로는 ‘더 클라우드’ 건물의 핵심 부분으로, 언론에서 지적한 이유로 설계를 변경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기사입력 2011-12-12 03:00:00 기사수정 2011-12-12 10:43:15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