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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기아차, '레이' 日박스카 디자인 카피의혹

기아차가 출시한 박스카 ‘레이(RAY)’는 닛산 ‘큐브’의 동생?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박스카 ‘레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일본 브랜드의 박스카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Copy)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는 이들 차량의 사진을 나열해 닮은 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기아차 '레이', 토요타 다이하츠 '탄토', 닛산 '큐브'.

이에 서병춘 기아자동차 국내마케팅팀 이사는 레이의 출시회 당일 닛산 큐브와 디자인이 비슷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레이가) 카피라는 얘기는 최근 출시한 큐브를 두고 하는 얘기 같다”면서 “레이와 큐브는 배기량은 물론 성능과 기능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예를 들어 큐브는 트렁크가 옆으로 열리지만 레이는 위로 열리고, 뒷좌석 도어 역시 큐브는 옆으로, 레이는 슬라이딩 방식(미닫이문)을 채택했다”며 “카피가 아니다”고 밝혔다.

우선 이들 차량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스카의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박스카의 경우 짧은 보닛과, 평평한 지붕, 90도로 떨어지는 뒷모습 등 박스카만의 디자인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 전체적인 외관이 비슷해질 수 밖에 없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기아차 '레이'의 옆모습, 슬라이딩 도어를 열었을때 모습, 다이하츠 '탄토' 슬라이딩 도어 열었을때 모습, 옆모습. 두 차량 간 디자인, 특징(슬라이딩 도어) 등이 비슷하다.

하지만 일부 산업디자인 전문가들은 디자인 측면에서 기아차 레이가 일본의 박스카를 베낀 정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레이는 닛산의 ‘큐브’, 토요타의 소형차 브랜드 다이하츠 ‘탄토(Tanto)’ 등과 비교할 때 디자인이 매우 흡사하다.

탄토의 경우 뒷좌석 도어를 슬라이딩 도어(미닫이 문) 방식으로 채택해 기능은 물론 심지어 광고 콘셉트까지 레이와 비슷하다. 외관은 물론 실내 인테리어도 많이 닮아있다. 운전석 옆에 대각선 방향에 기어박스가 위치, 직사각형에 가로로 긴 LCD 패널, 심지어 원형의 버튼 모양과 그려져 있는 로고까지 똑같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기아차 홈페이지에 소개된 '레이'의 B필라리스(보조석과 뒷자석에 기둥이 없는 차량 구조) 설명이미지, 다이하츠 '칸토'의 B필라리스 설명이미지, '레이'의 실내인테리어 모습, 탄토의 실내 인테리어 모습(원형버튼, 변속기 위치, 액정패널 모양 크기 등 유사점이 많다)

산업디자인 업계 관계자는 “레이의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가 굳이 외국 자동차를 그대로 베낄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아쉽다”면서 “물론 일본에서 박스카가 시작됐기 때문에 기아차가 그 기술과 디자인에 영감을 얻어 개발할 순 있겠지만, 이 정도로 똑같은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신차발표회 행사나 광고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 차량의 공통적인 홍보 콘셉트는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사람과 가족 그리고 어린이다. 레이의 출시회 현장에서도 이러한 점은 발견됐다. 상점들을 배경으로 여러 명의 연기자들이 나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차량의 장점을 부각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는 올해 8월 출시한 큐브의 행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듯 마케팅 방법까지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결국 차량을 소개하는 재료(차량의 특징과 장점)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 기아차 '레이'의 광고이미지(위), 다이하츠 '탄토' 광고이미지(아래) 차량을 소개하는 재료(디자인, 특징)이 같다보니 광고의 콘셉트까지 비슷하다.

현재 일본 도쿄 모터쇼에 참석중인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는 여러 종류의 박스카가 존재하는 만큼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나도 비슷한 기아차의 시도에 대해서는 불편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스카라는 콘셉트만 빌려왔을 뿐 기아차의 레이는 큐브, 탄토와는 전혀 다른 차량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박스카는 휠베이스를 늘려 실내공간을 최대화시킨 차여서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롤스로이스 '팬텀', 일명 짝퉁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중국의 '지리(Geely)', GM대우(한국GM) 마티즈2, 마티즈를 본 딴 중국 체리자동차 'QQ'(회사로고도 비슷함)

구상 한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윤곽만 보면 다소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본다면 레이가 큐브나 탄토를 카피했다고 몰아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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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foxpsw@chosun.com

|기사입력 : 2011.12.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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