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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뽀샵(포토샵으로 사진 수정)'은 그만… 조작 검사하는 프로그램 떴다

형태·색깔 변형까지 모두 잡아내 얼마나 조작됐는지 수치로 알려줘… 사람 눈으로 매긴 점수와 비슷

인터넷에서는 연예인의 '민낯(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 사진이 늘 인기를 끈다. 사람들은 연예인이 나오는 광고 사진은 작든 크든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수정하는 이른바 '뽀샵'을 했다고 믿고 있다. 그런 만큼 대중은 민낯을 통해 광고 사진에 나오는 잡티 하나 없는 얼굴과 미끈한 몸매가 사실인지 알고 싶어 한다.

최근 미국의 과학자가 광고 사진이 얼마나 조작됐는지를 수치로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고 규제 당국이 이 기술을 이용하면, 지나치게 조작된 광고 사진을 금지함으로써 대중에게 왜곡된 미(美)의 관념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조작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

미국 다트머스대 컴퓨터과학과의 해니 파리드(Farid) 교수는 인터넷에서 구한 연예인들의 사진 468장을 분석했다. 이 중에는 조작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있었고, 원본과 전혀 다를 정도로 심하게 조작된 것들도 있었다.

사진 조작은 크게 두 가지로 조사했다. 하나는 다리를 가늘게 하거나 비대칭 얼굴을 대칭형으로 바꾸고, 자세를 수정하는 것과 같이 사진의 형태를 바꾸는 기하학적인 조작이다. 동시에 얼굴의 잡티나 주름을 없애고 피부 색깔을 바꾸는 것과 같은 사진의 질적 조작도 조사했다.

▲ 2009년 화장품 광고에 나온 트위기의 사진(오른쪽)은 원래 모습(왼쪽)과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영국 정부는 지나친 사진 조작이라고 광고를 금지시켰다. /PNAS 제공

기하학적인 조작은 사진의 특정 부분을 늘이거나 줄이는 행동이다. 따라서 원본 사진을 일종의 평면으로 보고 작은 수평선들을 그어 놓으면, 조작된 부분에서 선들이 기울어진다. 질적 조작은 사진을 구성하는 화소(畵素)인 픽셀(pixel)을 원본 사진과 비교해 흐릿하거나 더 선명해진 부분을 확인하면 된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조작 정도를 최저 1에서 최고 5까지 수치로 나타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파리드 교수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28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같은 사진을 실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조작 정도를 점수로 매기게 했더니 프로그램이 예측한 수치와 거의 같게 나타났다"며 "광고 제작자나 모델들에게 지나친 사진 조작을 하지 않도록 유도할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신체 이미지가 유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작된 광고사진이 거식증((拒食症) 유발

실제로 광고 사진 조작은 단순히 신뢰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학협회는 "잡티 하나 없고 비정상적으로 미끈한 몸매의 모델이 나오는 광고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과 몸매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며, 심한 경우 식사를 거부하는 거식증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의학협회는 최근 대중에 비현실적인 신체 이미지를 기대하도록 부추기는 사진 조작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사진 조작 분석 과정 - 맨 왼쪽은 원본 사진이며 그 오른쪽은 조작한 사진이다. 기하학적인 형태 왜곡이 일어난 가슴과 옆구리 부분은 사선이 나타나 붉게 표시돼 있다(가운데 사진). 사진의 질적 왜곡은 원사진보다 흐릿하게 한 부위는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한 부위는 파란색으로 나타난다(왼쪽에서 넷째). 눈과 입술은 더 또렷하게 했으며, 볼이나 이마는 흐릿하게 해 잡티를 보이지 않게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원본 사진과 차이가 클수록 파란색이 짙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맨 오른쪽). /PNAS 제공

정부도 같은 이유로 광고 사진 조작을 규제하고 있다. 2009년 영국에서는 한 장의 광고 사진이 논란을 일으켰다. 1960년대 최초의 수퍼모델이었던 트위기(본명 레슬리 혼비)는 60을 바라보는 나이로 화장품 브랜드 '올레이'의 노화방지 크림 모델로 발탁됐다. 그런데 광고가 공개되기 직전에 공개된 사진은 이중턱에 눈가와 입가엔 잔주름들이 많았지만, 광고 사진엔 그런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영국 광고 규제 당국은 해당 광고 사진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금지했다. 지난 7월에는 영국 자유민주당의 조 스윈슨 의원의 요구에 따라 할리우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수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이 나오는 로레알의 광고가 역시 같은 이유로 당국의 금지 조치를 당했다.

하동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파리드 교수는 사진이나 동영상 위·변조 연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연구자"라며 "조작 전후의 사진이 있어 그렇게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만, 사회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하려고 한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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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사입력 : 2011.11.2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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