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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사

전시장에 펼쳐진 신화 속 세계

갤러리현대 강남 고노이케 토모코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일본 작가 고노이케 토모코(51)의 작품에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신화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리가 6개인 늑대, 인간의 다리가 달린 늑대, 상체는 없고 하체만 있는 어린아이, 커다란 입이 달린 화산, 머리만 물고기인 인간 등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인물들이다.

일본의 중견 여성작가로 드로잉, 설치, 애니메이션, 회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작품세계를 펼쳐온 고노이케 토모코가 한국을 찾았다.

오는 3일부터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 '짐승의 거죽을 두르고, 풀 뜨개질을 하는…'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구석의 어두운 공간에 혼자 당당하게 자리 잡은 다리 6개 달린 늑대 조형물이다.

온몸에 깨진 작은 거울 조각들을 붙이고 은은한 조명 아래 서 있는 늑대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늑대에게서 튕겨나간 빛이 벽에 반짝이는 무늬를 만들어냈다.

 

지난달 31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늑대 조형물과 혼자 있으면 무서울 것 같다는 말에 "관객마다 반응이 다르다"며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에 따라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유독 늑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이유를 물었다.

"늑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이면서 자연과 인간의 중간자적 존재죠. 그런 늑대에게서 동질감을 느꼈어요. 저는 보통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보면서도 '왜 내 눈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거든요."

다리가 6개 달렸거나 인간의 다리를 가진 늑대를 등장시킨 데 대해서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것에서 조금만 달라지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가장 작은 무언가를 추가함으로써 가장 이질적인 것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작가에게도 충격으로 남아 이번 전시에서는 붉은 후지산이 바다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담은 회화 등 지진과 관련한 작품 2점도 선보인다.

이 외에도 눈송이같이 하얀 털로 뒤덮인 생명체로 작가의 상상 결과물인 '미미오'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드로잉 등도 전시된다.

전시는 27일까지. ☎02-519-0800.

mong0716@yna.co.kr

| 기사입력 2011-11-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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