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개

마지막까지 디자인에 집착한 잡스

[잡스 자서전]호흡 보조 마스크도 스스로 디자인 고르려…

"그는 주변 사물과 환경의 미묘한 차이 하나하나에 아주 민감했고, 그런 것들이 그를 피곤하게 했어요."

얼마전 타계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런 파월의 회상이다.

잡스의 자서전을 보면 디자인에 집착한 잡스의 생이 곳곳에 나온다.

한번은 잡스가 매우 안정적인 상태일 때 폐 전문의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했다. 그러나 잡스는 그것을 벗겨 내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라고, 그러면 자신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의사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파월을 보았다. 결국 파월이 잡스의 주의를 돌리고 그 틈을 타서 의사들은 간신히 마스크를 씌웠다. 그는 또한 손가락에 끼운 산소 모니터도 못마땅해했다. 너무 볼품없고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좀 더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같은 잡스의 디자인 철학은 게임업체인 아타리에서 많이 배웠다고 자서전은 전했다.

그는 재미난 설계와 매력적인 상호작용을 창출하는 칩들을 추가함으로써 몇몇 게임이 개선되도록 도왔다. 자기 자신의 규칙으로만 승부하려는 부시넬의 행태 역시 잡스에게 전염되었다. 더욱이 잡스는 아타리 게임들의 단순함이 지니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알아보았다. 그 게임들에는 설명서가 필요 없었다.

마약에 취한 대학 1학년짜리조차 쉽게 사용법을 알 수 있었다. 아타리에서 나온 '스타 트렉' 게임의 유일한 사용 설명문은 "1) 25센트 동전을 넣으시오. 2) 클링온(동명의 미국 드라마 '스타 트렉'에도 등장하는 외계 종족)들을 피하시오"였다.

잡스는 아이클러 주택(잡스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의 주택)에 대한 호감과 존경으로 인해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 대중 시장에 공급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멋진 디자인과 심플한 기능을 저렴한 가격과 결합하는 일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클러 주택의 깔끔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그것이 바로 애플 컴퓨터가 애초부터 가졌던 비전이었지요. 첫 번째 맥 컴퓨터로 시도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고, 아이팟으로 시도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같은 철학이 아이튠스라는 콘텐츠와 함께 '아이팟'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준 잡스의 '디자인'을 만든 것이다.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기사입력 : 2011.10.24 10:57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