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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한국판 ‘톰스 슈즈’ 안나오는 까닭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왜 우리는…국내 윤리적 패션의 현주소

2000년대 중·후반부터 트렌드를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친환경, 지속가능성, 그리고 윤리적 기업 또는 착한 기업. 많은 브랜드들이 오가닉 소재의 특별 기획 제품들을 만들고, 사은품으로 에코백(Eco Bag)을 나눠줬다. 마치 지구 환경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브랜드는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 없는 브랜드인 듯 너나없이 친환경, 착한 브랜드를 외쳤다.

그러나 지금, 많은 판매 담당자들은 친환경이 더는 새롭지도 않고, 한국 패션 시장에서는 마케팅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톰스 슈즈’나 영국의 ‘액세서라이즈’처럼 일반인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사회와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국내 브랜드를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운영하는 그루,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에코파티메아리와 같은 브랜드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다. 과연 윤리적 패션은 국내에서 한때의 마케팅 열쇳말로 끝나버린 ‘지나간 바람’일까?

국내 패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공공성을 갖는 사회적 기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면 기업이 도저히 운영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반대로 착한 브랜드를 지향하는 기업은, 윤리적 기업이 만든 브랜드라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 생각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이런 국내 시각을 뒤집어 보려면, 대표적인 윤리적 패션 단체인 영국의 ‘에시컬 패션 포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윤리적 패션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윤리적 패션 기업이 사회적 책임, 환경에 대한 배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업적 성공 등 3개의 핵심 요소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앞의 두 요소와 상업적 성공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상업적 성공은 자연스럽게 함께 온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이 세 가지 요소가 하나가 될 때 윤리적 패션이 성공할 수 있다.

소비자는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쓰고 나면 머릿결이 뻣뻣해지는 샴푸를 사지 않는다. 착하다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디자인을 사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와 환경을 생각 못하는 기업은 결국 미래 사회에 그 기업의 지속성을 확언하기 어렵다.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돼 저 멀리 제3세계의 일이 내 친구의 일이 되고, 실제 환경 변화의 피해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요즘,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 없이 기업 활동을 설계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은 현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도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중시하고, 빈티지를 선뜻 구매하며, 무엇보다 의식 있는 소비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많은 소비자가 느끼고 있다. 이제 기업이 소비자의 변화에 응답할 때다.

이정민/트렌드 정보그룹 ‘피에프아이엔’(PFIN) 대표

| 기사입력 2011-05-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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