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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두 신예작가의 재기 넘치는 동화.그림책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빨강 연필' '비야, 안녕!'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아동ㆍ청소년 책을 펴내는 출판사 비룡소가 두 명의 신예작가를 발굴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으로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 온 신수현(41) 씨의 동화 '빨강 연필'과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한자영(34) 씨의 그림책 '비야, 안녕!'을 선정, 책으로 출간한 것.

신수현 씨의 첫 장편동화인 '빨강 연필'은 시나리오를 써온 작가답게 긴장감 있는 서사와 치밀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동화는 주인공 소년 '민호' 앞에 멋진 글을 술술 써내는 신비한 힘을 지닌 빨강 연필 한 자루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아빠와 떨어져 엄마와 둘이 살면서 아빠의 부재로 의기소침하게 지내던 민호는 빨강 연필의 힘으로 재미있는 글을 써 학교에서 글짓기상도 받고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주목받는다. 또 우등생에 자존심이 강한 '재규'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기 시작한다.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던 민호는 빨강 연필을 버리려 하지만 좋은 글로 칭찬받고 싶은 욕심에 빨강 연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전국 백일장대회까지 나가게 된다.

민호는 대회에서 재규와 싸우고 빨강 연필까지 쓰지 못하게 되지만 결국 진실한 속마음을 글로 쓰고 싶어하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민호가 비밀과 거짓말을 간직하며 괴로워하고 빨강 연필을 버릴까 말까 갈등하는 내적인 심리 묘사에 공을 들였다.

그러면서도 민호와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아이 '재규'와의 대결 구도를 힘있게 끌고 가면서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감도 불어넣었다.

특히 여느 동화들과는 달리 아이들의 내면을 순수하거나 밝게만 그리지 않고 중층적이면서도 복잡한 심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민호가 선생님에게 보여주기 위한 숙제용 일기장과 자신의 진짜 마음을 고백하는 일기장을 따로 두고 쓴다는 설정은 아이들이 속마음을 쉽게 드러낼 것이라는 어른들의 단순하고 일방적인 사고를 꼬집는다.

24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는 "조카가 숙제로 일기를 쓰면서 읽는 사람을 의식해서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이 동화를 쓰게 됐다"며 "빨강 연필로 상징되는 유혹이나 욕망을 넘어서서 이상적인 가치를 찾아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선미 작가와 문학평론가 김화영 씨, 아동문학평론가 김경연 씨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과의 대결이라는, 우리 동화에서 드문 주제를 흥미롭고 성공적으로 탐구하고 있다"고 평했다고 비룡소 측은 전했다.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인 '비야, 안녕!'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한자영 씨의 첫 그림책이다.

비를 맞으며 풀숲을 여행하는 지렁이와 거북이, 달팽이 친구들을 그렸다. 화선지에 그려진 수묵화처럼 푸른빛의 빗방울과 풀잎을 물감이 번지듯이 표현한 맑고 산뜻한 그림이 돋보인다. 지렁이와 거북이, 달팽이의 웃고 있는 눈ㆍ코ㆍ입 얼굴도 무척 사랑스럽다.

한자영 작가는 "시골에 잠깐 머문 적이 있는데, 빗소리를 듣고 있다가 머릿속에 거북이가 비를 흐뭇하게 맞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이 작품을 그리게 됐다"며 "지렁이를 주인공으로 한 것은 비가 땅으로 떨어질 때 그 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ina@yna.co.kr

| 기사입력 2011-05-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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