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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새 건물은 화려함보다 주위 풍경·역사성 고려돼야

내달 완공 스테이트타워-남산 건축가 최상익씨

강지원기자 stylo@hk.co.kr

태양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건물 모습.  
 
남산에서 툭 굴러 떨어져 나온 바위 하나가 서울 중구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대각선 맞은편 자리에 콕 박힌다. "남산과 도심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자리여서 마치 남산에서 굴러 나온 바위를 조각하는 느낌으로 건물을 디자인했다"는 게 내달 완공을 앞둔 스테이트타워_남산을 설계한 건축가 최상익(44ㆍ전 진아건축 디자인총괄팀장)씨의 변이다. 최씨는 미국 뉴욕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다 2005년 말 귀국했다. 최근 서울 청계천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센터원과 스테이트타워_남산 등 서울 도심 핵심 건물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양한 각도로 변신하는 건물

스테이트타워_남산은 대지 2,350㎡에 지하6층~지상24층 규모로 지어진다. 네모 반듯한 다른 고층 건물과는 조금 다르다. 돌로 만들어진 틀 안에 유리를 끼워 겹겹이 쌓은 모습으로 북쪽과 서쪽을 가르는 모서리 한가운데는 유리 박스가 박혀 있다. 마치 이곳이 소실점처럼 보인다.

틀은 멀리서 보면 언뜻 평면 같지만 자세히 보면 격자무늬를 이루고 있다. 건물의 북면을 사선으로 가르고 위쪽은 90도 방향으로 틀었다. 건물의 서쪽 부분은 돌로 만든 틀과 유리면이 뒤쪽으로 갈수록 틈이 생겨 있다. 건물 입구는 여성들의 치마가 살짝 들린 모양이다.

화려한 외양으로 이목을 끌기보다 요모조모 숨어 있는 의미가 더 궁금해지는 건물이다. 최씨는 "한국은행에서부터 신세계백화점으로 연결되는 이 거리는 20세기 한국의 은행 거리로 불렸던 역사성이 있는 장소"라며 "그런 건물들과 연결하기 위해 같은 재료인 한국 화강암을 사용해 통일성을 냈다"고 했다. 건물 창을 나누는 틀은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 건물이 변화되는 모습을 담기 위함이었다. 그는 "동에서 서로 넘어가는 해가 비치는 방향에 따라 건물의 각 면도 조금씩 움직일 것"이라며 "사선 아래로 틀이 꺾여 건물은 해가 질 때 주홍빛으로 물든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남산은 사선 방향의 격자무늬 틀이 유리 박스로 모이면서 그 부분이 마치 살짝 눌린 버튼처럼 보인다. 조영호기자 voldo@hk.co.kr 

실용성과 친환경 겸비한 재료, 유리

돌과 함께 유리가 주로 쓰였다. 최씨는 "유리를 사용해 좀더 가볍고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했다. 유리를 쓰면 낮에는 주변 풍경이 비치고, 밤에는 디지털 미디어 작품 등을 설치해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3월 완공한 센터원이나 서울 도심 오피스빌딩, 시그니처타워 페럼타워 LGU+등도 모두 유리를 활용한 것. 그는 "예전에는 두께와 강도, 반사율 등 취약한 점이 있었지만 최근 첨단 공법을 이용해 유리도 튼튼하면서도 가벼워졌다"고 했다. 그가 만든 센터원과 스테이트타워_남산은 단열 성능이 뛰어난 복층 유리를 써 미국 그린빌딩위원회 지정 친환경건축물인증을 획득했다.

건물과 환경의 조화 중시

최씨는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은 도시의 미관을 좌우한다"며 "외양이 화려한 건물보다는 주위 풍경이나 역사성을 고려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향후 20년간 테헤란로처럼 고층 건물이 즐비하게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청계천변의 센터원은 미래 지향성에, 남산 앞에 들어설 스테이트타워_남산은 과거와 현대의 연결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최씨는 "건축심의를 맡고 있는 서울시는 도시미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건물을 짓는 건축가는 건물 성격이 한국 역사와 얼마나 맞는지 등을 고민할 때 비로소 예술적 건물이 탄생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입력시간 : 2011/05/01 14:00:09  수정시간 : 2011/05/02 14:5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