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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마르티 기셰

Martí Guixé
마르티 기셰 

 

마르티 기셰
portrait © designboom

196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생. 1965년 바르셀로나의 엘리스라바(Elislava)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과정을 졸업한 후, 이듬해 밀라노의 SPD(Scuola Politecnica di Design)에서 산업 디자인을 수학하였다. 서울에서 2년간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바르셀로나로 돌아가 자신의 디자인 사무실을 열었다. 1997부터 음식 관련 디자인을 선보인 그는 푸드 디자인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알레시, 캠퍼, 다네세, 데시구엘, 드로흐, 마지스, 믹싱 미디어, 몰스킨, 사포리티 등의 기업들과 함께 일해왔으며, 현재 바르셀로나와 베를린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뉴욕 MoMA, 런던 디자인 뮤지엄, 바르셀로나의 MACBA, 로잔의 MUDAC, 파리 퐁피두 센터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으며, 이탈리아 출판사 코라이니(Corraini)와 함께 다섯 권의 저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http://www.guix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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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입니까?
제게 있어 하루 중 최고의 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입니다. 앞에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지니까요 (웃음).

주로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시나요?
요즘은 한 미국 밴드의 포스트 일렉트로닉 뮤직을 듣고 있습니다.

라디오도 들으십니까?
예, 가끔 듣지요. 베를린에 있을 때는 뉴스 위주의 채널을 많이 듣고, 바르셀로나에서는 주로 해외 음악을 다루는 채널을 듣습니다.

‘씨앗 금고(Seedsafe)’, 사기, 알레시, 2010
- 먹고 난 과일의 씨를 모아놓는 통
photo by Inga Knolke, courtesy of Alessi

메모판 기능을 겸비한 ‘과일 받침대(Fruit Holder)’, 18/10 스테인리스, 알레시, 2010
photo by Inga Knolke, courtesy of Ale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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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문장 생성기 벽시계(24h Sentence Maker Wall Clock)’, 알루미늄, 알레시, 2010
photo by Inga Knolke, courtesy of Alessi

침대맡에 두고 보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사실 없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너무 피곤해서 책을 읽을 수가 없거든요. 책은 주로 비행기로 이동 중일 때나 뭔가를 기다릴 때 읽는데, 철학서나 실제 사건과 관련된 책들을 읽죠.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지난 여름에는 매우 훌륭한 소설을 한 권 읽었어요.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가 쓴 <2666>이란 책이죠. 형편없는 소설은 정말 질색인데, 맘에 드는 책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책은 꾸준히 읽는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정보에 관한 것들이에요. 철학이나 트렌드, 특정 주제를 다룬 책들이죠… 요즘은 뒤샹과 당대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뉴스 같은 것은 어디서 들으십니까?
신문과 인터넷이요.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읽진 않아요. 특정 뉴스를 온라인에서 찾아보는 편이지요.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받아보면, 그 지역의 소식이나 최신 뉴스를 접할 수 있어요. 특정 뉴스에 관심이 있으면, 인터넷을 뒤지는 게 낫고요.

‘풀(Pool)’, 아즈라(Azurra), 2010
image courtesy designboom

‘뉴스 러그(News Rug)’, 나니마르키나(Nanimarquina), 2010
- 강렬한 인상의 이 러그는 한 가지 형태와 색상을 이용해 두 가지 크기로 제작되었다.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톱니 모양의 윤곽선은 광고에서 사용되는 그래픽 기법을 연상시킨다.
image courtesy designboom

‘컴바인 소파(Combine Sofa)’, 트리코(Trico), 2010
image courtesy designboom

여성들의 패션에 관심이 있으실 것 같은데,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면요?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웃음)…. 의류 판매 기업들과 작업을 많이 해봐서, 여성복은 타깃이 분명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문화적, 사회적, 지리적 요소에 따라 드레스 코드도 매우 뚜렷이 구분되는 지라… 정말 모르겠네요. 개성 아닐까요….

애완 동물을 기르시나요?
토마토를 재배하는 게 좋아요. 지난번 바르셀로나에서 토마토를 기르던 중에, 베를린과 밀라노에 가야 할 일이 생겼죠. 얘네들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결국 가방 속에 넣어서 갖고 갔어요. 일주일 동안 물도 주고, 돌아올 때는 다시 밀라노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차에 싣고 왔어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때문에 비행기가 모두 결항되었거든요. 결국 다시 땅에 옮겨 심었죠. 선물로 주느라 두 그루는 없어졌지만요.

‘싸구려 가구에 대한 존중(Respect Cheap Furniture)’, 2009 (2004년부터 진행중)
터키 원산의 플라스틱 의자, 아크릴 도료, 마커펜
image © designboom

‘싸구려 가구에 대한 존중’, 세부, 2009 (2004년부터 진행중)
image © design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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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았던 거 같아요. 학교를 마친 후에 하게 된 결정이었죠. 인터랙션, 적극적인 태도를 요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진짜고, 홍보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싶었어요.

작업은 주로 어디서 하시나요?
어디에서나 하지요. 주로 아이디어에 기반한 일이니까요.

다른 디자이너들과 작업에 대한 논의를 하시나요?
그럼요. 여자친구가 아이디어를 일러주기도 하고, 피드백도 많이 해줘요. 인류학을 전공한 친구 한 명이 있는데, 예술계에도 관련이 있다 보니 도움을 많이 줍니다. 제 아이디어들을 비교해 가면서, 쓸만한 아이디어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주죠.

‘카우(Cau)’ 서스펜션 램프, 다네세, 2008
image courtesy designboom

‘카우’ 서스펜션 램프, 2008
-도쿄 디자인 위크 중 클라스카 호텔(Claska Hotel)에서 열린 마르티 기셰 가구 전시회에서
image © design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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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선반(Step Shelf)’, 믹싱 미디어(Mixing Media), 2008 - 2010
image courtesy designboom

‘벌집 선반(Bee Shelf)’, 믹싱 미디어, 2008 - 2010
image courtesy designboom

당신의 스타일을 어떤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친한 친구가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할지요.
새로운 유형을 창조하고 철저히 현대적이고자 노력한다고 표현하고 싶군요. 제 친구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상황과 행동과 몸짓을 분석해서, 미니멀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효율적인 해법을 제시한다고요. 단순하고 정직하고 믿음직하면서도 형이상학적인 방식으로요 (웃음).

첫 프로젝트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당신의 작업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다 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훨씬 급진적이었죠. 형태가 없는 기능을 디자인하고자 했었는데, 이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나 역사 같은 물질적 가치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이 사회의 테크놀로지에도 발을 맞춰 나아가야 하죠. 지금은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예전보다 수준이 많이 높아진 거 같아요.

이제까지의 작업 중 특히 만족스러웠던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아마도 ‘하이바이(HiBye)’ 같습니다. 뉴욕 MoMa의 의뢰로 시작하게 된 작업인데, 꽤 이상한 프로젝트였죠. 착용식 컴퓨터 같은 것을 디자인할 거라 확신하고 있다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반 년 동안 조사 작업을 하면서, 유목적 세계에 대해 모든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였거든요. 지금 봐도 매우 현대적인 작품이라 언젠가는 그때의 작업에 대해 글로 남겨야 할 것 같아요. 제 작품 중에서 여전히 매우 현대적인 작품이죠.

‘폭죽(Fireworks)’, 2009
image courtesy design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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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특별히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싶다는 건 없습니다. 작업을 해나가면서 새로운 발견을 계속하고 있죠. 세상은 늘 변하고 있잖아요. 이를 테면 전 저작권에 관심이 많은가 하면, 소금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네요. 예술이라는 환경에서는 프로토타입을 시험해볼 수가 있어요. 마치 상업용 자동차를 F1 경기장에서 테스트하듯이 말이죠. 제 작업은 종종 그러한 예술적 맥락에서 이루어집니다. 

과거의 디자이너나 건축가 중 특별히 높게 평가하는 이가 있다면요?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는 자기만의 방식을 보여주었어요. 멤피스 그룹에서의 ‘프로토 디자인’으로 매우 상업적인 제품을 내놓았죠. 정말 평범하면서도 무척 훌륭한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활동 중인 동시대 인물 중에는 어떻습니까?
'전직 디자이너들(ex-designers)'이야말로 이 시대의 디자이너들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본인을 ‘전직 디자이너’라고 칭하기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 됐습니다. 어떠한 의미인가요? 전통적인 디자인 접근법에 대한 경멸을 표현하시는 건지요.
저 역시 디자이너였지만, 디자인의 한계 안에 스스로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의자나 램프 같은 것을 만드는 이들만이 ‘디자이너’로 간주되었지요. 그러한 풍토에서 저 자신을 ‘전직 디자이너’라 규정했던 것인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문제 해결’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핵심이 아니에요. 디자이너들은 요청을 받기도 전에 해법을 제시하죠. 또한 오늘날 디자이너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품의 제작 생산보다는 소통에 관련된 일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예를 들면 저는 판매점과의 작업에서 소통에 대한 일을 주로 합니다. 공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브랜드의 소통과 전달이 훨씬 더 중요하죠.

‘저를 조각해 주세요(Sculpt Me Point)’ 인스톨레이션, 2008 암스테르담 익스페리멘타 디자인(ExperimentaDesign)
- 드로흐의 ‘이벤트 2: 도시의 놀이(Event 2: Urban Play)’ 중
image © designboom

‘저를 조각해 주세요’ 인스톨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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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푸드 디자인’이란 무엇입니까?
푸드 디자인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은 매우 명확한 개념적 방향을 따르고 있습니다. 요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죠. 감자를 정사각형으로 만든다든지, 올리브와 이쑤시개로 분자 구조를 만든다든지, 또는 케이크의 성분 함량을 그래픽으로 표시한 파이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죠… 음식의 맛과 관련된 작업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밀라노 SPD의) 학생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푸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신 바 있습니다. 전통적 성격이 강한 밀라노의 음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지금도 대부분의 식사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식탁에 앉아서 말이죠. 하지만 현대 사회는 변형과 이동의 세계예요. 이 워크숍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것(즉 전통)과, 뜻밖에 가능할 수도 있는 미래의 행동 방식을 연결하는 데 기초한 것입니다. 어쩌면 미래에는 식탁이 불필요해지지 않을까요?

‘두 프레임(Do Frame)’ 테이프, 드로흐, 2000
image courtesy designboom

‘두 프레임’ 테이프, 드로흐, 2000
image courtesy designboom

‘축구공 테이프(Football Tape)’, 2000, 2006년 마지스에서 제작 생산
image courtesy designboom

젊은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서세요. 기존의 모든 건 너무나 관습적이고 구식입니다. 우리 앞에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있는데, 아무도 이를 디자인하고 있지 않아요.

미래에 관해 근심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미래에 대해 근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게 매우 행복해요. 앞으로 세상의 혼란이 더 심해질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모든 게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람들 말은 틀린 얘기 같아요. 미래는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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