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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안중근 손도장’ ‘독도’ 광고로 유명한 서경덕 교수

[j Focus] ‘안중근 손도장’ ‘독도’ 광고로 유명한 서경덕 교수
“100억원짜리 한국 홍보 전광판, 뉴욕에 세우겠다”
  
‘한국 홍보 돌격대장’ 서경덕(37) 성신여대 객원교수가 또 사고를 칠 준비에 나섰다. 그는 20일 j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뉴욕 한복판에 ‘국가 홍보 전용’ 광고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사되면 세계 최초다. 독도·위안부·비빔밥을 화두로 미국 유력 신문에 ‘돌발 광고’를 실어 화제가 됐던 그였다. 그것만으론 ‘갈증’을 느낀 것일까. 그가 12월 25일 성탄절을 목표로 거사(擧事)를 벌일 무대는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광장이다. 삼성·코카콜라 같은 기업 광고가 쉴 새 없이 뿜어나오는 곳. 여기에 한국 홍보 영상이 24시간 줄줄 흐르는 전용 전광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게 쉬울까. 만만치 않은 돈이 들 텐데.

글=김준술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을 맞은 2009년 10월 서울 광화문 KT 건물에 걸린 손도장 걸개 그림. 작은 손도장 3만2000개를 모아 완성했다. 뉴욕 타임스 2009년 5월 11일자에 게재한 전면광고. 유력 신문이 독도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Errorin NYT)는 재치 있는 광고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Q. 개인 힘으론 버겁지 않을까요.

A. 어마어마한 돈이 들죠. 솔직히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Q. 얼마나 듭니까.

A.100억원 정도 들어요….
 그는 이미 타임스 스퀘어 광장에서 ‘일’을 낸 적이 있다. 지난해 삼일절, CNN 뉴스 광고판으로 독도 홍보물을 쐈다. “앞으로 계속 그런 광고를 틀 건데 액수가 만만치 않잖아요. 차라리 전용 광고판이 있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한 거죠.” 돌파력 좋은 그는 즉시 ‘견적 뽑기’에 나섰다. 전광판을 직접 구매하려니 금싸라기 땅이라 원체 비쌌다. 1년 정도씩 임대하는 차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Q. 거금을 어떻게 마련합니까.

A. 솔직히 기업과 정부의 후원을 받아야죠. 이번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죠. 타임스 스퀘어 광장의 6개 대형 전광판에 ‘중국을 경험하라(Experience China)’는 영상물이 도배를 했어요. 그게 사진으로 찍혀 각국 언론에 소개되고…. 그 파급력은 엄청나죠.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요. 후원자들에게도 그런 취지를 잘 설득해야 합니다.

서 교수는 “전용 광고판은 단순한 간판 같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은 신화통신이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중국판 CNN 서비스를 시작했잖아요. 우리도 한국의 눈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창(窓)이 될 수 있는 그런 뉴스, 시각, 메시지를 전해야죠.”

Q. 생명의 위협까지 당하면서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뭡니까.

A. 독도 광고를 내보내면 폭탄 e-메일이 장난이 아니죠. 제목엔 ‘Kill you’ 이렇게 적어서요. 일본에서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항의전화도 와요. 중간에 통역까지 껴서요, 하하.

Q. 밤길 걷기가 떨떠름하겠습니다.

A. 재미있는 건 그 반대도 있다는 거죠. 일본의 한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의 ‘위안부 사과 요구’ 광고를 보고 메일을 보냈어요. ‘우리 젊은이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달해 줬다. 당신의 활동을 적극 지지한다. 역사를 올바로 모르면 미래도 없다’. 이런 사람도 있으니 일본이 돌아가는구나 생각했죠.

Q. 그러고 보니 프로젝트에 역사적 소재가 많습니다. ‘안중근 손도장’ 걸개 그림도 그렇고요.

A. 사실 전 역사학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서 역사가 잊혀지는 게 싫었어요. 독도만 해도 문제는 일본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무관심도 그렇죠. 이슈가 터지면 확 일어났다가도 금세 식곤 하는.

성신여대에서 국가 브랜드를 강의하는 그는 “젊은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국사를 입시에서 선택과목으로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글로벌 리더가 되자고 하잖아요. 말은 좋죠. 해외에 자주 나가는데 외국인과 얘기하면 ‘너희 나라에 대해 알려 달라’는 소릴 많이 들어요. 우리 걸 알아야 그런 리더도 됩니다.”

Q. 해외에 나가면 주로 뭘 봅니까.

A. 프로젝트 때문에 나가는데 매번 절 변신시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난해엔 11개국, 30개 도시를 찾았어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념하려고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에 걸렸던 걸개 그림을 만들기 위해 각국을 돌며 외국인들의 꿈을 조그마한 천에 적어 받았거든요. 근데 네덜란드의 10세 아이가 ‘중동 평화’가 꿈이라는 겁니다. ‘언론을 통해서 보면 항상 화약고인데 그걸 끝내고 싶다’고 대답하더라고요. 독일의 10대 청소년은 ‘유럽의 파워가 약세다, 유럽연합(EU)이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썼어요. 어린이들이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고. 그런데 한국 젊은이들은 ‘취업’과 관련된 얘기가 많더라고요. 그 나라의 상황, 구성원들 생각의 지평 같은 걸 잘 보여준 거죠.

해외에 나가 씁쓸할 때는 더 있다. 5년 전 유럽 나라의 유스호스텔에 갔을 때다. “아침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빵 옆에 한글로 ‘싸가지 마세요’ 문구가 있더라고요.” 매니저를 불러 사연을 물었더니 비닐봉지까지 가져와 싸갈 때가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한국은 음식을 남기는 문화가 아니다”라고 웃었지만 궁색했다. “우리 걸 ‘알아 달라, 이렇게 고쳐 달라’고 요구하려면 다른 사람들 문화를 존중하고 지켜야죠. 그래야 서로 마음이 열리는데….”

Q.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A. 제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에 비치된 한국어 안내 책자를 만들었어요. 정부의 후원금을 받아서요. 거기 적힌 연락처 보고 메일 등으로 격려해 주실 때 정말 보람 있죠.

Q. 원래 성격이 ‘저지르는 걸’ 좋아합니까.

A.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국가 홍보 일을 하고 있어요. 17년째죠. 유럽 배낭여행을 갔는데 도서관에 한국 책자가 너무 없는 거예요. 중국, 일본 책은 많은데요. 한국에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영문 한국 홍보 책을 30권씩 산 뒤 다시 여행갈 때 도서관에 기증하고 그랬죠. 그때만 해도 인생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죠. 원래 작정하고 그런 걸 즐겨요. 제 성격요? 한마디로 ‘명랑’ 이런 체질이고요.

대학 3학년 때였다. 그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서 ‘즉석 이벤트’를 주도했다. “곧 광복절인데 의미 있는 행사를 하자, 이렇게 말하고 배낭여행지마다 만나는 한국 학생들을 규합했죠. 약속 날이 됐고, 20명쯤 오겠거니 했는데 300명이 모였더라고요. 애국가를 크게 불러젖혔죠. 마침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라 외국인들이 가세했어요.” 서 교수는 이때부터 “야, 해외에서도 사건을 터뜨릴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참신한 프로젝트의 원천이 ‘신문’에서 나온다고 했다. “신문을 대여섯 개 정독해요. 세상 돌아가는 걸 봐야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특히 국제 기사는 빼놓지 않고요.”

Q. 그동안 많은 내공을 쌓았는데 ‘홍보의 요체’가 뭡니까.

A. 객관성과 정정당당함 아닐까요. 과대포장하지 않고 있는 것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Q. ‘국격을 높이자’는 화두가 한창입니다.

A. 홍보만 잘한다고 이뤄지는 건 아니죠. 기본 바탕이 잘 지켜지는 나라가 국격도 높습니다. 글로벌 에티켓 같은 것도 그렇고, 우리 정체성을 아는 것도 마찬가지죠. 그런 기초가 잡혀야 파워가 생기고, 나라의 힘, 국격, 이런 게 우러나는 것 아닐까요.

Q. 자신을 잘 PR하는 비결은 뭔가요.

A. 창의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봐요. 젊은이들로 대상을 좁히면 ‘도전’을 무기로 삼아야죠. 실패를 해도 나중에 더 큰 걸 얻을 수 있는데, 요즘 청년들은 너무 많은 걸 재잖아요. 남들이 싫어하는 것에 도전하면 튀게 됩니다. 자연히 나를 알릴 수 있잖아요.
 
j 칵테일 >> “김장훈과 독도 앞 바다서 항공모함 공연 하고 싶다”

◀서경덕 교수와 가수 김장훈.

서경덕 교수가 ‘사고’를 칠 땐 가수 김장훈(44)이 옆에서 받쳐줄 때가 많다. 짝꿍 같은 궁합이다. 3년 전 다큐멘터리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를 만들 때 둘은 처음 만났다. 총감독이던 서 교수는 당시 내레이션을 맡을 인물을 찾았다. 기부 천사로 유명한 김장훈씨가 떠올랐다. 급하게 찾아갔다 의기투합해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김장훈씨가 그동안 한국 홍보 프로젝트 4건 정도에 10억원을 기부했어요. 너무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죠.” 2008년 7월 뉴욕 타임스가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전면광고 ‘DO YOU KNOW’를 실을 때였다. 김장훈씨는 서 교수의 광고 계획을 들은 뒤 몇 초 만에 답했다.“ 그거 내가 쏠게요.” 그리고 비용을 댔다.

둘은 올해 광복절에 다른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 독도 공연이다. “그냥 접안시설에 배 대고 노래 몇 곡 부르는 그런 걸로 끝내고 싶진 않아요.”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긴 하지만 독도 바다에 항공모함을 띄우고 거기서 대규모 광복절 축하 공연을 펼쳐 세계적 화제로 만들 꿈을 꾸고 있다. “물론 군의 협조, 정부의 도움이 필수이긴 해요.” 제목은 ‘East Sea Festival’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말미에 서 교수가 덧붙였다. “올해 새로 출범하는 중앙미디어그룹의 종합편성채널 jTBC가 이런 거 방송해 주면 좋을 텐데요.” 졌다, 이 남자. 자나 깨나 홍보 생각뿐이다. 프로젝트마다 사고요, 대박 치는 이유를 알았다.

서경덕 교수 약력

1973년 서울 생
성균관대 조경학과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독립기념관 명예홍보대사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1.22 00:11 / 수정 2011.01.22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