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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종이책보다 e북?!

곧 e북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기대만큼 달라지진 않았다. 종이책이 한숨 돌릴 무렵, e북 단말기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종이책을 긴장시킨 e북 단말이 총집합. 


종이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e북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잔혹한 예언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기대만큼 e북은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틈을 타 종이책이 한숨 돌릴 무렵 e북 단말기가 속속 출시되면서 종이책이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책장 속에 얌전히 앉아 있던 종이책을 긴장시킨 e북 단말기를 한데 모았다.
에디터 정윤희 | 사진 스튜디오 salt | 디자인 인성훈 

1997년 인터넷서점이 문을 열자 성급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종이책의 죽음을 선언했다. 여기에 SF영화에서 비롯된 미래 세상에 대한 환상이 더해지면서 종이책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밀레니엄이 시작되고 나서도 e북의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종이책은 움츠렸던 어깨를 펴는 듯 했다. PDA, 스마트폰 등 e북 리더기 기능이 포함된 휴대용 IT 기기가 출시되기는 했으나 종이책의 죽음을 선언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 그러다 2007년 아마존에서 e북 단말기 ‘킨들’이 출시되자 휴대용 IT기기 업체들이 속속 e북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었고, 종이책의 시선은 불안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e북의 활성화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인쇄, 복사, 다른 디바이스로의 데이터 전송 및 e북 단말기 간의 콘텐츠 호환성 부족에 대한 문제는 이미 거론된 바 있다.  이 외에도 e북 콘텐츠 부족, 솔루션 미비, 그리고 단말기의 비싼 가격까지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물고기는 잡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종이책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e북 단말기의 약진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이책이 가진 무게와 부피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모자라 단 시간에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사전, 녹음, MP3 등 다양한 기능을 겸비한 e북 단말기는 이미 디지털 문화 콘텐츠의 총아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책다운 책 디지나루 소리북
디지나루에서 출시한 ‘소리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노안이나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도 e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세 가지 배율로 텍스트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은 명암비와 166dpi의 고해상도, 180°의 시야각으로 책으로서의 기능을 살려 책다운 책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 1GB 메모리를 내장,  약 2,000여 권을 저장할 수 있고 SD카드 슬롯 지원으로 메모리를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최대 4,000여 권의 e북을 저장할 수 있다. 어도비 PDF, TXT, RTF,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 대부분의 문서 포맷과 JPEG, GIF, PNG, BMP, TIF 등의 이미지 포맷을 지원하여 어떤 종류의 문서도 손쉽게 읽을 수 있다. Windows CE 운영체계와 532 MHz ARM11 코어를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들은 사용자가 ARM9용으로 나와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장착하여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텍스트 읽어주기(TTS)로 눈이 피로할 때 e북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MP3 플레이어와 사진첩 기능은 기본, e북과 함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똑똑한 이야기꾼 아이리버 스토리
감성 IT 기기로 이름난 아이리버에서 출시한 ‘스토리’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뿍 담고 있다. 6인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 종이로 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아이리버가 추구하는 감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특히 곡선을 살린 접시 형태의 디자인은 손에 들고 보기에 적당하고, 가벼운 무게는 휴대성을 보장한다. 또 실제 책 편집디자인 형태를 그대로 활용한 화면 구성은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하단에 배치한 쿼티(QWERTY) 자판은 외관 디자인과 맥락을 같이 하며, 간단한 다이어리나 메모 작성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ePub, PDF, 워드, 파워포인트 등 가장 많은 디지털 문서 포맷을 지원한다는 사실. 학교나 공공 도서관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를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코믹뷰어 지원으로 각종 오피스 문서 파일 외에 수 천 권의 만화를 소장하거나 감상할 수 있다. 그 밖에 MP3 플레이어 기능을 첨가해 오디오북 청취가 가능하고, 최대 32GB까지 메모리 슬롯을 지원해 넉넉한 용량을 자랑한다. 한편, 스토리에 이어 출시한 ‘스토리 에듀버전’은 사전 기능을 탑재한 학습 특화 e북 단말기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책을 읽는 도중에 자판의 서치(Search) 버튼을 눌러 한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주머니 속 도서관 삼성전자 SNE-50K
삼성전자가 선보인 e북 단말기 ‘SNE-50K’는 실제 종이와 흡사한 전자 종이를 채택해 실제 펜으로 종이에 쓰는 듯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e북 단말기와 함께 제공되는 스타일러스 펜으로 메모하는 즉시 자동으로 저장돼 따로 저장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앴다. 한 손에 들어가는 아담한 크기의 SNE-50K은 ‘주머니 속 도서관’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재현한다. ePub 포맷 기준 400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와 200g의 가벼운 무게, 그리고 실외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5인치 화면으로 최강의 휴대성을 자랑하기 때문. 4,230 페이지까지 연속 보기가 가능하고,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때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 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깔끔한 화이트 컬러와 9mm 두께로 완성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SNE-50K는 글로벌 e북 표준 포맷인 ePub과 TXT 뷰어를 기본 지원하나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CD로 버츄얼 프린터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각종 오피스 파일을 BMP 그림 파일로 자동 변환하여 기기로 전송시키기 때문에 e북 단말기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보고 또 보고 싶은 e북 네오럭스 누트(NUUT)2
네오럭스의 ‘누트(NUUT)2’는 출시된 e북 단말기 가운데 가장 발 빠른 진보를 보여주고 있는 제품이다. 우선 신형 전자종이 드라이버 칩(Chip)인 브로드시트(Broadsheet)를 탑재, 디스플레이 반응속도를 0.7초에서 0.2초로 앞당겼고, 이미지 표현 품질을 4그레이에서 8그레이로 높였다. 풍부해진 회색계조로 인해 한층 또렷하고 정확하게 e북을 읽을 수 있게 된 것. 또 WiFi 무선을 통해 매일 아침 원하는 신문이 e북 단말기로 자동 다운로드 되도록 했다. 신문구독 서비스인 ‘아이리더e’는 네오럭스가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기획, 개발한 것으로 국내 일간지와 경제지를 비롯해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간편하게 볼 수 있어 e북 단말기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공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또 어도비의 리더모바일(Reader Mobile)을 탑재해 PDF 포맷과 국제 디지털 출판 포럼(IDPF: the International Digital Publishing Forum)에서 만든 규약인 ePub 포맷을 이용할 수 있다. 6인치 화면보다 큰 A4 용지 크기의 PDF 파일도 화면 비율에 맞춰 출력되게 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였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 역시 아끼지 않았다. 종이책을 쥘 때의 느낌을 살려 그립 부분을 디자인하고 한 손으로 주요 기능을 동작할 수 있도록 네비게이션 키를 배치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상하에 위치한 10개의 터치키 역시 편리한 이용을 돕는다. 무엇보다 e북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콘텐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민음사, 길벗, 다락원 등의 국내 유수의 출판사와 e북 콘텐츠 제휴 계약을 체결하여 e북 콘텐츠 확보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e북, 파티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e북 시장이 아마존의 ‘킨들’ 출시로 1~2년 사이에 급성장했던 것과 같은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엿보이고 있다. 최근 속속 출시되고 있는 e북 단말기에 대한 반응이 e북 매출 신장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 출판동향에 의하면 2009년 e북은 36.5%의 신장세를 보였으며 2010년에는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출 신장의 이유로 e북 단말기 출시와 신간 베스트셀러 도서의 e북 계약 등을 꼽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e북 단말기와 콘텐츠 시장이 함께 성장하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e북 이용자들은 소설과 경제경영서, 자기계발, 외국어 서적 등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남성독자가 77.3%로 여성보다 많고 그 중에서도 30~40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해 e북 베스트셀러 집계를 살펴보면 엔터테인먼트와 정보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적이 다수 포진해 있었으며 이 같은 양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테크, 자기계발, 경제 관련 e북의 경우 ‘정보 유통기한이 짧다’는 콘텐츠의 특성과 e북이 종이책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콘텐츠의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0년에는 삼성전자와 아이리버의 새 단말기와 인터넷서점 및 출판사연합 단체에서 자체 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인데다, 아마존 ‘킨들’의 국내 상륙 여부에 따라 e북 단말기 시장이 크게 들썩일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단말기 업체와 통신사들의 통신망 탑재에 관한 협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내년 초에는 통신망을 탑재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e북 단말기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자연스레 e북 콘텐츠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e북 서점도 다양한 콘텐츠로 헤비 리더(Heavy Reader)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장 폭넓은 콘텐츠 구성으로 열혈 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교보문고는 e북 외에도 오디오북, 동영상북을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e북 단말기 종류에 따른 콘텐츠 이용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친절함도 갖췄다. 장르문학과 만화까지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구비하고 있는 바로북은 ‘아이작가’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글쓰기에 무한한 열정을 가진 이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하거나, e북 또는 종이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 1999년 국내 출판사들이 모여 출범한 북토피아는 신간 도서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이색 서비스 ‘책 시사회’를 제공한다. XML 기반의 e북을 비롯해 PDF 포맷의 e북, MP3• 동영상• 플래시가 첨가된 멀티미디어 e북 등 다양한 기반의 e북을 서비스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협 & 판타지 독점연재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르문학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북큐브는 여행, 외국어 등의 실용서적분야에서도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